21일 달러-원 환율은 1,390원 안팎에서 출발할 전망이다.
1,400원이라는 '빅피겨'(큰자릿수)가 주는 부담감에 관망세가 강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달러화도 월초부터 계속된 오름세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어 상승 동력이 약화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미국 관세 정책이 주는 압박감은 계속해서 강달러 압력을 가하는 듯하다.
달러-원도 지난 17일 약 2개월여 만에 1,390원대에 진입한 이후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 18일 정규장 고점은 1,394.50원으로 1,400원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역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15~20%의 관세를 요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EU는 현재 임시로 부과 중인 10% 관세를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이를 관철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고 EU는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맞불을 놓을 태세다.
일본과의 관세 협상도 그리 순탄치 않은 분위기여서 다소 익숙해진 관세 리스크 속에서도 시장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선에 바짝 다가선 데 따른 부담감 속에서도 쉽게 내려가지 못하는 배경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관세 부과 예고일인 8월 1일 전까지 미국과 주요국의 협상이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하락 베팅은 제한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이달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으나 시장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을 95.9%로 보고 가격에 반영했다. 오는 9월 동결 가능성도 47.1%로 보고 있다.
고용과 물가 등 경제 지표를 봤을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는 달러-원 하락 시도를 자제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기조를 고수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변수 중 하나인데 시장 충격을 염두에 두고 있어 섣불리 감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요 외신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시장과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거론하며 파월 의장 해임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에 대해 잘못된 보도라는 입장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앞뒤 가리지 않고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도 있겠지만, 말로만 금리 인하 압박을 하는 데 그치고 현상을 유지할 경우에는 강달러 기대감이 유지될 여지가 있다.
실제 이달 초 96 초반대까지 밀렸던 달러 인덱스는 빠른 속도로 99를 향해 오른 뒤 98 레벨을 유지 중이다.
달러-원을 밀어올리는 변수가 여럿이지만 1,400원선을 상향 돌파하는 것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데다 원화 가치를 대폭 떨어트릴 강력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계 심리도 상승 시도를 자제하게 한다.
고점에서 수출 업체 네고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어 1,390원대에서의 상승 압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주식 매수세도 주시할 변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7월에만 주식을 2조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최근에는 7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더 매수하며 강달러 압력을 계속해서 상쇄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 지켜봐야한다.
엔화 약세에 연동한 원화 약세, 즉 달러-원 상승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입지가 불안정해지고 국정 동력도 훼손됐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 이런 결과를 예상한 엔화 약세가 이어졌는데 되돌림에 따른 엔화 강세 흐름이 펼쳐질 수 있다.
149엔에 근접했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이른 아시아 거래에서 한때 147엔으로 내려서는 등 레벨을 낮춰 움직이고 있다.
단기 고점 인식과 맞물린다면 오히려 달러-원도 달러-엔을 따라 아래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원은 지난 19일 오전 2시에 끝난 야간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1.40원 하락한 1,39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 19일 1,389.5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5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93.00원) 대비 1.00원 내린 셈이다.